마세라티코리아 시승차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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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택의카라이프 오우택입니다.
우리는 지금 자동차 역사에서 분명한 전환점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변화는 단순히 엔진이 모터로 바뀌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라는 존재의 성격 자체를 다시 정의하는 흐름에 가깝습니다. 특히 배기음과 감성, 주행 질감으로 정체성을 쌓아온 브랜드라면 전동화는 더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시승한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는 그런 질문에서 출발하게 만드는 모델입니다. 마세라티라는 고성능 브랜드가 전기 SUV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물이 실제 주행과 일상에서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전기차이지만, 마세라티답게! 그레칼레 폴고레의 기본 성격

마세라티는 전기차 라인업에 ‘폴고레(Folgore)’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어로 ‘번개’를 뜻하는 단어로, 전기의 즉각적인 반응과 함께 브랜드가 추구하는 감성적인 퍼포먼스를 담아낸 명칭입니다. BMW의 i, 메르세데스-벤츠의 EQ처럼 마세라티 역시 전동화 정체성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레칼레 폴고레는 내연기관 그레칼레를 기반으로 한 전기 SUV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차체가 아니라, 이미 검증된 플랫폼 위에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얹은 구성입니다. 덕분에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그레칼레가 가진 비율과 주행 감각의 뿌리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파워트레인을 살펴보면, 듀얼 모터 기반 AWD 시스템을 통해 최고출력 약 558마력, 최대토크 80kg·m를 훌쩍 넘는 성능을 발휘합니다. 여기에 105kWh에 달하는 대용량 배터리가 더해졌습니다. 중형 SUV 체급에서 보기 드문 배터리 용량인데, 이는 단순한 주행거리 확보뿐 아니라 이 정도 출력과 무게를 안정적으로 감당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실내외 구성에서 느껴지는 '일상으로 내려온 마세라티'

외관은 내연기관 그레칼레와 큰 틀에서 동일합니다. 전면부 일부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막혀 있지만, 마세라티 특유의 세로형 그릴 패턴과 삼지창 엠블럼은 그대로 유지돼 멀리서 보면 전기차라는 사실이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측면 실루엣은 SUV임에도 전고가 낮고 차체가 단단해 보이며, 후륜에는 295mm 광폭 타이어가 적용돼 시각적으로도 안정감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시승차에 적용된 브론조 오파코 무광 컬러는 푸오리세리에 코르세 컬렉션에 해당하는 색상으로, 고급스러움과 스포츠 감성을 동시에 강조합니다.

실내로 들어서면 분위기는 한층 차분해집니다. 과하게 화려하기보다는, 일상에서 매일 타기 좋은 방향으로 정제된 인상이 강합니다. 카본 트림과 가죽, 소너스 파베르 스피커 커버의 조합은 고급스럽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시트 착좌감 역시 장시간 주행을 고려한 세팅이 인상적입니다.
14방향 전동 스포츠 시트는 몸을 단단히 잡아주되 과하지 않고, 스티어링 휠 림 두께는 얇아 조작이 가볍습니다. 패들 시프트는 변속 대신 회생제동 단계를 조절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전기차임에도 주행 중 활용도가 높았습니다.
센터 디스플레이와 공조 조작부를 분리한 구성, 물리 버튼에 가까운 인터페이스는 처음 접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수입 전기차 특유의 복잡함보다는, ‘편하게 타라’는 메시지가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부드럽게 쌓아 올리는 힘, 그레칼레 폴고레의 가속 감각

그레칼레 폴고레의 공차중량은 약 2.5톤에 달합니다. 수치만 보면 결코 가볍지 않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무게가 크게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가속 질감에 있습니다.
출발 시 토크를 한 번에 쏟아내는 전형적인 고출력 전기차와 달리, 그레칼레 폴고레는 힘을 점진적으로 쌓아 올립니다. 초반 반응은 부드럽고, 속도가 올라갈수록 힘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덕분에 시내 주행에서도 차체가 앞뒤로 흔들리는 느낌이 적고, 멀미를 유발할 만한 거친 반응도 거의 없습니다.
고속도로에서는 이 특성이 더 분명해집니다. 속도가 올라갈수록 힘이 빠지는 전기차 특유의 피라미드형 가속이 아니라, 일정한 힘이 꾸준히 이어지는 인상입니다. 재가속 상황에서도 튀어나가기보다는, 바람이 밀어주듯 매끄럽게 속도를 끌어올립니다. ‘그레칼레’라는 이름이 지중해의 북동풍을 뜻한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가속 질감이었습니다.
일상 주행에 최적화된 제동과 조향

제동 질감은 마세라티라는 이름에서 떠올리는 이미지보다 훨씬 부드럽습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도 제동 반응은 예측 가능했고, 회생제동과 실제 브레이크 전환 과정에서 이질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부드러운 페달 감각 때문에 처음에는 제동력이 약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필요할 때는 차체를 단단히 잡아주는 힘도 충분합니다. 고속 주행 시 급제동 상황에서도 불안함은 없었습니다.
조향 감각은 지나치게 가볍지도, 과하게 묵직하지도 않은 중간 지점에 위치합니다. 저속에서는 부드럽게 돌아가고, 속도가 올라갈수록 자연스럽게 무게감이 붙습니다. 고속도로 항속 주행에서는 안정감이, 코너 진입 시에는 즉각적인 반응이 살아 있어 SUV임에도 운전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에어 서스펜션이 만든 균형 잡힌 승차감

승차감은 이번 시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입니다.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그레칼레 폴고레는 노면의 잔진동은 부드럽게 걸러내면서도, 차체의 불필요한 움직임은 잘 억제합니다.
컴포트와 GT 모드에서는 도심과 고속도로 모두에서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차체가 단단해지며 노면 정보가 조금 더 또렷해집니다. 하지만 충격이 날카롭게 들어오지 않고 둥글게 전달되기 때문에 불쾌함은 거의 없었습니다.
정숙성 역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특정 구간에서 튀지 않고, 전체적으로 고르게 억제된 느낌이라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도가 낮았습니다.
실주행으로 확인한 연비와 주행거리

그레칼레 폴고레의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333km입니다. 수치만 보면 넉넉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서울 시내 주행에서는 5km/kWh를 웃도는 연비를 꾸준히 기록했고, 정체가 잦은 구간에서도 큰 편차 없이 안정적인 수치를 보여줬습니다.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연비 하락 폭이 크지 않았고, 서울–충주 왕복 약 328km를 별도 충전 없이 주행한 뒤에도 배터리 잔량은 여유 있게 남아 있었습니다.
558마력이라는 출력과 105kWh 대용량 배터리를 감안하면, 체감되는 실주행거리는 인증 수치보다 훨씬 현실적입니다. 주행 중 ‘충전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크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총평: 전기 SUV지만, 주행 감각은 여전히 마세라티

마세라티 그레칼레 폴고레는 전기차가 됐음에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모델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가속, 제동, 조향, 승차감 어느 하나 과하지 않고, 일상과 스포츠 감각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냈습니다.
가격은 여전히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지만, 현재 제공되는 에코 리워드 혜택을 감안하면 접근성은 이전보다 확실히 낮아졌습니다. 전기차의 정숙함과 효율, 그리고 마세라티 특유의 주행 감각을 동시에 원하는 분들이라면, 그레칼레 폴고레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선택지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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